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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멜레옹의 책

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


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

いつかパラソルの下で


“이 딸기색은 너무 천박해!”

“세상에, 교태 부리는 토끼 인형을 달고 다니다니!”

“여학생한테 남자 담임이라고? 당장 학교에 가야겠어!”

이렇게 말했던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다고?


일상 재발견의 마술사 모리 에토가 그리는

엽기 가족의 가슴 따뜻한 화해 스토리


나오키 상 수상 작가이자 명실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모리 에토의 신작 『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가 까멜레옹에서 출간됐다.

불감증으로 고민하는 주인공 노노, 이 여자 저 여자를 전전하는 오빠 가스가, 연애를 혐오하는 완고한 여동생 하나.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세 남매가 생전 자신들을 엄격하게 키웠던 아버지의 은밀한 과거를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이 소설은, 아동 문학 작가 모리 에토의 성인 소설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한편 가족과 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작품을 읽는 동안 노노와 함께 고민에 빠지게 된 독자는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노노가 그녀의 바람대로 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 연인 그리고 가족들과 시원한 맥주 한잔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가, 모리 에토

모리 에토는 『리듬』으로 고단샤 아동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아몬드 초콜릿 왈츠』, 『컬러풀』, 『달의 배』, 『다이브』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각종 아동 문학상을 휩쓸었다. 뿐만 아니라 『컬러풀』을 비롯해 여러 작품이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로 제작됐고, 각 학교 도서관에는 ‘모리 에토’ 코너가 따로 마련될 정도로 대중의 사랑도 뜨겁다. 아동 문학으로 탄탄하게 다져 온 작가의 필력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돼 이번 작품으로 나오키 상 후보작에 노미네이트됐으며,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는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는 흔치 않다. 모리 에토가 이렇게 사랑받는 까닭은 묵직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독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특한 등장인물과 흥미진진한 전개는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재미와 감동, 잔잔한 반향을 가져다준다.

작가의 이러한 장점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자신의 불감증과 남자 친구와의 문제, 엄격했던 아버지의 불륜 사실 등으로 고민하는 주인공 노노의 내면을 섬세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 낸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내 인생은 대체 뭐였을까?”

 반짝반짝 빛나던 어린 시절, 그리고 찬란한 미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물론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 우리를 낳았는지. 하지만 부모와 섹스를 연결 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보다 민망한 게 또 있을까?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여자가 찾아와 돌아가신 아버지와 생전에 섹스했다고 한다면?

『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는 주인공 노노가 이런 망측한 상황에 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게다가 그 아버지로 말하면 사사건건 남녀 관계에 병적으로 간섭해 노노는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나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엄격했던 아버지가 어째서 어머니를 두고 바람을 피운 걸까? 세 남매는 결국 저마다의 생각을 가슴에 품고 아버지의 고향으로 아버지의 진짜 모습 찾기 여행을 떠난다.

변변찮은 직업을 전전하고, 불감증 탓에 애인도 자주 바뀌는 등 안정성 없는 자신의 현재를 늘 아버지 탓으로 돌려 온 노노가 아버지의 과거와 마주하고,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새로이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독자 역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가족과 성장, 독립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어느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모리 에토의 평이하면서도 즐겁고 따뜻한 문체와 긍정적인 사고에 홀딱 반했다. 작업 도중에 참고 자료로서가 아니라, 순수한 독자로서 그녀의 다른 작품을 마구 사서 읽었을 정도였다. 모리 에토를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다.

_권남희,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줄거리

병적으로 엄격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자 스무 살이 되던 오 년 전, 집을 나온 노노. 이제 그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 사십구재를 앞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바로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 이와 함께 차례차례로 밝혀지는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과거에 노노는 혼란에 빠지고, 이윽고 자신처럼 부평초 신세인 오빠, 아버지를 닮아 완고한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데…….


■  책 속으로

  다쓰로는 무는 버릇이 있다. 고양이가 애교로 살짝 무는 정도에 지나지 않긴 하지만, 절정에 달한 순간만은 제어가 되지 않는지 다쓰로의 이와 이 사이로 날카로운 아픔이 지나간다. 물론 내가 느끼는 아픔이다. 나는 움찔하여 몸을 뒤로 젖히고 이때라는 듯이 신음을 토한다. 그 한곳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매달리듯이 그렇게 한다. 언제까지나 그곳에 다쓰로의 이와 이를 느끼며 있고 싶다. 그러나 다음 순간, 땀으로 촉촉해진 피부에 소름이 돋으며 절정에 이른 다쓰로는 “아.” 혹은 “우.” 같은 소리를 내면서 사정을 하고, 내 밑에서 축 퍼져 움직이지 않는다.

샤워기로 피부에 묻은 젤을 씻어 내면서 보니, 종아리 뒤쪽에 선명하게 다쓰로의 잇자국이 남아 있다.

얼핏 보면 덧니로 착각하기 쉬울 만큼 큰 송곳니. 뾰족하게 팬 그 자리에는 희미하게 피도 배어 있다. 나는 이 아픔을, 이 핏자국을, 이 흉터를 언제까지나 이렇게 새겨 두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_7~8쪽


“뭐야, 이거, 악, 너무 반가워! 엄청 옛날 건데……. 그래도 기억나, 기억나. 이 책받침은 초등학교 1,2학년 때 건가? 정말 좋아했는데. 봐, 이 그림 속 여자아이가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지? 어린아이가 발칙하다고 아빠한테 압수당했어. 이 양말은 보라색 리본이 불량스럽다고, 이 도시락 보자기는 딸기 색깔이 천박하다고 압수. 사과하고 멜론은 통과지만, 딸기와 레몬은 아웃이라는 둥 알 수 없는 기준이 여러 가지 있었어. 아, 반가워라.”

“그렇지? 나도 봐, 이거, 이 지우개. 얼핏 봐서는 트집 잡을 게 전혀 없는 평범한 갈색 지우개잖아? 그런데 초콜릿 냄새가 나. 엄마는 살 때 미처 몰랐다는데, 하나가 냄새를 맡고 아버지한테 일렀어.”

“나도 봐, 이 공책…… 엄마는 오케이였는데, 여기 조그맣게 하트 그림이 있는 걸 아빠한테 들켜서, 십 년은 이르다고 바로 압수. 아무래도 하트 무늬나 물방울무늬에는 아빠의 신경을 거스르는 요소가 있었던 것 같아.”

“이거, 이거. 이것 좀 봐, 우리 반 여자아이에게 받은 시험 부적이야. 이런 걸 갖고 있으면 되레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아버지란 사람이 이런 것까지 빼앗았다니까.”

“피도 눈물도 없었지. 난 이 토끼 마스코트 인형, 전학 가는 친구에게 이별 선물로 받았는데, 가방에 다는 순간 압수당했어. 개나 고양이면 몰라도 토끼는 교태를 부리는 거라나 뭐라나.”

“교태라…… 아, 토끼는 귀가 길고 눈이 빨가니까.”

_58~59쪽


끝없이 토했다. 위 속의 내용물이 모두 올라왔다. 방금 먹은 오징어도, 어젯밤의 술도 음식도, 어쩌면 어제 낮에 먹은 B 정식까지 역류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격렬하게 모든 것을 토해 냈다. 토하고 또 토하길 한참 반복하여 겨우 속을 다 비우고 나서 얼굴을 들자, 해가 구름에 어렴풋이 가려 무지개 같은 무리가 져 있었다. 그 광채의 아름다움과 마치 축복처럼 느껴지는 성스러움에 감동하여 젖은 눈동자를 크게 뜨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갑자기, 그렇지만 분명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를 깨달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나 자신은 이 세상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도 나 자신은 아무 데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내가 아버지의 딸인 탓도 아니고, 야스의 손녀인 탓도 아니고, 사토미 씨의 자손인 탓도 아니고, 나 자신 탓도 아니고, 대체로 산다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의 딸이건, 어떤 피를 이어받았건, 젖건 젖지 않건, 오징어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사람은 똑같이 고독하고 인생은 진흙탕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사랑받지 못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기도 하고.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어서 생명이 있는 한 누구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_221~222쪽


■  작가 소개

지은이|모리 에토 森 絵都

1968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일본 아동 교육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1990년 『리듬』으로 고단샤 아동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 같은 작품으로 제2회 무쿠 하토주 아동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컬러풀』로 제46회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을 수상했고,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제135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각각의 작품은 영화,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를 낳았다.

비인기 종목인 다이빙을 소재로 소년들의 땀과 우정을 다룬 『다이브』로는 제52회 소학관 아동 출판 문화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뚜렷한 개성을 살려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 밖의 작품으로 『아몬드 초콜릿 왈츠』, 『달의 배』, 『우주의 고아』, 『별똥별아 부탁해』 등이 있다.


옮긴이|권남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빵가게 재습격』, 『애도하는 사람』, 『공부의 신』, 『부드러운 볼』, 『다카페 일기』, 『밤의 피크닉』, 『퍼레이드』, 『멋진 하루』,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고, 『동경신혼일기』, 『번역은 내 운명』(공저), 『번역에 살고 죽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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